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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부산시는 부산MBC <빅벙커>의 공익성을 존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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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홈지기 댓글 0건 작성일 23-02-0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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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MBC<예산추적프로젝트 빅벙커>(이하 빅벙커)에 대해 부산시가 제기한 반론보도 소송 판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부산시의 반론보도 청구가 상식의 도를 넘은 무리한 요구라고 판단한다. 부산시장이 출연하여 충분히 반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빅벙커> 측의 제안을 지금이라도 부산시가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

 

이 프로그램은 대구MBC와 협업체제를 구축해 지역 예산이 잘 쓰이고 있는지 현미경 감시를 해 온 대표적인 공익 프로그램이다. 시사 프로그램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결론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이 프로그램은 정확한 액수와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하여 지역사회의 사랑을 받아 왔다. 방송에서 지적한 문제점이 실제로 개선된 경우도 있었다. 2021무연고자의 죽음, 그 후의 이야기편이 방송된 후 대구시는 무연고 사망자들에게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빅벙커>는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이나 손해배상 소송을 몇 차례 당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동안 가처분 신청인용 결정이나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일은 한 번도 없다. 지자체의 이해관계와 이 프로그램의 공익성이 충돌할 때 사법부는 언제나 이 프로그램의 공익성을 더 소중한 가치로 판단하여 손을 들어 준 것이다. 그동안 지자체도 <빅벙커>의 공익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불편한 공존을 기꺼이 감수해 왔다. 어느 부산시장도 <빅벙커>에게 직접 재갈을 물리려고 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박형준 시장이 취임한 뒤 문제가 발생했다.

 

부산시가 반론보도를 청구한 방송은 작년 428일와 55, 2부작으로 편성된 부산 · 대구시장 공약 이행 점검편이다. 해당 방송은 정보공개 청구로 받아낸 자료를 토대로 공약 이행을 점검하고, 박형준 시장의 핵심 공약인 ‘15분 도시, 부산'이 지난 1년 동안 홍보뿐이었다는 패널 의견 등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15분 도시의 핵심 요소인 생태성과 상충하는 건설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점 ‘15분 도시의 기본 계획이 완성되기도 전에 홍보 사업에 2억 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한 점 공약에 없었던 1240억 원 규모의 정책 공모 사업을 급히 추진하면서 66억 원의 예산을 무리하게 확보한 점 등을 지적했는데, 이는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본연에 충실한 방송이었다.

 

그런데 부산시는 방송 직후인 510, <빅벙커>가 박형준 시장의 핵심공약인 ‘15분 도시정책에 대해 편향된 정보를 제공했다며 패널 발언 16건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부산MBC는 부산시장이나 부산시 담당 공무원이 직접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15분 도시에 대해 충분히 반론을 펼칠 것을 거듭 제안했지만 부산시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언론중재위는 616조정 불성립결론을 내렸다. 부산시는 629일 부산지방법원에 부산MBC를 상대로 반론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부산시는 소송 제기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정책을 본격화해 나가야 할 시기에 정책과 관련한 잘못된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고 부정적인 프레임을 형성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한다.”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한다는 마지막 구절은 지역 공영방송의 정당한 감시와 비판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부산시의 의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게다가 반론보도 청구 내용은 상식의 도를 넘는 것이었다. 부산시는 자막을 띄워놓은 상태에서 프로그램 진행자가 A4용지 3장 분량의 반론보도문을 직접 낭독하라고 요구하며, “이행할 수 없게 될 경우에는 저녁 8시 뉴스 프로그램에서 같은 형태로 반론보도문을 낭독하라고 덧붙였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매일 500만원의 이행 강제금을 물리겠다고도 명시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제기한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는 모두 조정 불성립으로 결론이 났다.

 

부산시는 소장에서 예산 미확보 사업은 27개가 아니라 25개로, 명백하게 사실과 다른 방송이라며 다양한 정책사업들을 진행 중에 있어 지난 1년간 ‘15분 도시와 관련해 추진한 실질적인 사업이 홍보사업뿐이라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한 “‘15분 도시, 부산정책을 조성하기 위한 가치와 철학은 배제한 채, 일부 인프라 사업을 부각하고 허위 사실에 기초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15분 도시, 부산정책이 마치 단순한 토목 · 건설사업으로 오해하도록 방송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부산시의 주장에 대해 <빅벙커> 제작진은 취재 당시 ‘15분 도시와 관련해 시민들의 우려가 많아 이를 방송에 담았다, “부산시 관계자와 인터뷰하고 부산시 입장도 방송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부산시의 반론 요구에 대해서는 부산시장이나 부산시 관계자가 직접 출연하는 방식으로 후속보도를 이어가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해당 프로그램 출연자의 발언을 모두 반박하는 내용의 반론보도문을 읽으라고 요구하여 모든 합리적 대안 모색의 길을 스스로 차단해 버렸다. <빅벙커> 제작진은 이러한 부산시의 태도에 대해 일반적인 형태의 반론보도 소송인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소송이 인정되면 지역 언론들은 부정적인 학습효과로 권력 감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멈칫거리게 될 것이라며 박형준 시장은 공청회든 토론회든 공개적인 장소에 나와서 반론권을 행사하라"고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우리는 <빅벙커> 제작진의 입장에 공감을 표하고자 한다. 박형준 시장이나 부산시 고위 관계자가 직접 출연하여 도시 정책을 설명하는 것보다 더 철저하게 반론방송을 보장할 방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부산시의 요구는 <빅벙커>라는 프로그램의 자기 부정을 강요하여, 비판과 감시라는 방송의 기본 기능을 원천차단하는 권력의 탄압에 가깝다. 또한 부산시가 요구하는 반론보도는 출연자의 발언 하나하나를 반박하는 형식으로 방송 자체를 기형으로 만드는 수준이다. 일반적인 방송 제작진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가혹한 요구라 아니할 수 없다.

 

정정보도는 사실 보도에 한하며, 비판이나 논평기사는 제외하는 게 상식이다. 비판이나 논평까지 포함하는 반론보도라면 당사자가 직접 출연하여 발언하는 것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없다. 입법화되지 않았지만,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정무직 공무원과 후보자 등 공익침해 행위와 관련한 언론보도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태연하게 ‘1500만 원이라는 징벌적요구를 내건 것은 금전적으로 협박하여 공영방송의 비판과 감시를 피해가려는 노림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부산시의 반론보도 요구는 <빅벙커> 제작진은 물론, 합리적인 이성을 가진 방송 PD라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다. 부산시민은 최소 수천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부산시장의 핵심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는지,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알 권리가 있다. 지역 공영방송은 시민을 대신하여 이를 감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 부산시의 비판 봉쇄소송으로 언론의 감시 · 비판 기능이 위축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빅벙커> 제작진은 지난 해 부산시가 해당 방송에 대한 반론권 요구가 아니라 시장의 핵심 사업에 대한 비판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 명백해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는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핵심 역할에 더욱 충실해지는 것이 이번 소송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처라는 <빅벙커> 제작진의 입장에 적극 동의한다. 내일로 다가온 판결은 지방 권력을 감시하여 시민의 권익에 봉사하는 언론의 공익성을 지키느냐, 지역 공영방송에 재갈을 물리려는 지역 권력의 손을 들어주느냐, 선택의 문제에 다름 아니다.

 

 

20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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